공부

미국의 공무원-4

바코바 2009. 4. 7. 14:57

미국의 공무원 4 - 아름다운 피자 한 판


얼마전 한국사회의 공무원사회와 공공기관들의 충격적인 기사를 접하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국가공무원이 공무를 위한 크레딧카드를 안마시술소 등의 윤락업소용으로 사용하고 어느 곳은 술값 및 접대에 들어간 비용이 수억원에 달했으며, 직원들의 연봉 산정을 어느 특별한 기준도 없이 마음대로 올리고 늘려서 재정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고 그 에 더하여 은퇴하는 사람들은 은퇴자금으로(?) 한 몫씩 단단히 챙겨나온다는 기사들…

마음이 정말 많이 무거웠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었는지를 떠나서 또 이런 상황이 어찌보면 빙산의 일각일뿐만 아니라 관행이라는 사실을 넘어 국가로 부터 국민의 피땀흘려 모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가공무원들의 그 상황이 머리속에 그려지면서 그 기사의 주인공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어린시절 한때는 대통령이 된다는 꿈이 있었을 것이고, 과학자가 된다는 꿈이 있었을 것이고, 경찰아저씨가 되서 나쁜 사람들을 벌주고 좋은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꿈이 있었을 것이고, 때로는 소방관 아저씨가 되어 사람들의 재산과 생명을 위해 헌신하려는 꿈이 있었을 것이고…..성장하여 민중의 지팡이인 국가 공무원의 길로 접어들었을 때에는 나름대로 비젼과 맑은(!) 꿈이 있는 푸른 젊은이들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관행과 주위의 유혹과 그리고 수많은 도덕적 무가치를 접하면서 그들의 꿈은 진흙탕 언저리로 밟혀 사라져 갔으며, 하나 둘 시작된 부도덕한 행동들은 국가를 짊어진 사명과 그 신성함을 모두 잊은채, 수렁으로 수렁으로 빠져 가면서 그들은 어느새 사람이 살아가면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또 길지 않은 인생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느껴야 할 그 소중한 ‘자부심’과 ‘보람’의 가치를 모두 잃어 버린 그 현실이 저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습니다.


젊은 사람의 팽팽한 얼굴이 불과 십여초내에 백발의 쭈글쭈글한 추한 노인으로 변하면서 해골로 변하여 죽어가는 그런 영화의 한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합니다.

푸른청년이 해골로 변하여 쓰러져 가듯이 그들의 양심과 도덕과 그들의 자녀들 앞에서 당당해야 할 “가치”는 그렇게 해골과 같이 사그러져 갔다는 그 사실에 참 마음이 답답하고 오히려 연민의 정이 느껴졌습니다.



얼만전 미국정부에서 30년이 넘게 열심히 일하고 백발의 머리를 한 말끔한 노신사의 모습으로 은퇴하는 회사 동료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 졌습니다.
직급이 높았고, 그 분의 일생의 단 한 번의 은퇴식에서 있었던 일은, 은퇴축하카드에 한마디씩 적는 것 그리고 지원자에 한하여 5불에서 20불씩 돈을 모아, 은퇴식이 있는 날 피자 몇판과 간단한 선물을 주는 것이 전부인 ‘미국의 민중의 지팡이”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자와 콜라를 동료들과 맛있게 먹으니, 일어나서 간단한 연설을 합니다.
고마왔다는 간단한 연설 그리고는 목메어 말을 흐리는 모습….모두가 박수치면서 은퇴를 축하하고 남은 피자들을 하나둘 마무리 하면서 이야기 꽃이 핍니다.

그리고 그걸로 평생을 민중의 지팡이로 살아온 그 분의 모든 은퇴식은 끝이었습니다.

그 어디에도 접대나 술한잔 혹은 화려한 음식이나 공무시간 낭비도 없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고…

어찌보면 허전하고 실망스러운 은퇴식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모두가 축하하고 본인도 감사하며 마지막까지 민중의 지팡이로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아름답게 뒤안길로 돌아가는 그 조용한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의 일부지만 그 추하게 추락한 공무원들과 비교되며 제 마음은 또 아련히…..

피자 한판으로 끝내는 공무원의 아름다운 은퇴식…

그 어떠한 화려한 은퇴식보다도 더 아름답고 웅장한 퇴장이었고…수많은 시민들의 박수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언젠가 나의 "조국"으로 부터 이러한 모습들 그리고 소식들을 멀리서 나마 들으면서 한 껏 웃을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