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열매 값이 개인 술값??
불우이웃 돕기 빨간 열매가 직원 '술값'이었다니
아시아경제 | 강경훈 |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연말이면 사회 저명인사들이 양복 가슴에 빨간 열매를 달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 빨간 사랑의 열매를 운영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거둔 모금을 운영하는 사무처장이 술집에서
술값으로 3천만 원을 유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단체
경기지회 K모 사무처장은 실제로 회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회의를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유흥주점과 술집, 식당
등에서 법인카드로 2009년 이후에만 약 3300만 원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K 씨는 개인적으로 공금을 유용한 후에 관련자료, 참석자, 회의 개최일시 등을 허위로 작성해 간담회, 회의, 업무
협의, 기관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으로 부당집행하다 적발된 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H모 총무회계팀장은 4년 여간 관련 인테리어 공사를 집행하면서 공사비 9000여만 원의 모든 공사를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을 했다 적발되기도 했다. 더구나 이 업체는 산재보험료 미납으로 가압류 처분되는 등 부실
한 업체였다. 이 과정에서 계약보증금이나 하자보수보증금 등을 미징수 하는 등 구매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
비위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징계도 가벼워 업무상 횡령과 배임으로 10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
하는 K모 사무처장은 사표제출과 횡령액 회수 처분만 받았다.
이와 관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횡령죄에 해당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사건을 형사고발하면 언론에 공개돼
모금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애주 의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전체 수입의 90% 이상을 모금으로 충당하는 등 국민의 정성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단체"라며 "이처럼 방만하고 부실한 운영실태를 드러낸 것은 사회모금 시스템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데서 오는 폐혜와 독단적 운영의 결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썩은 부위를 근본적으로 도려내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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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ㆍ부정으로 얼룩진 '사랑의 열매'
연합뉴스 | 입력 2010.10.17 05:33 |
전문가 "공동모금회 회계내역 공개해야"
'복수의 전문모금기관 지정'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이지헌 기자 = 국민 성금을 사실상 독점 관리해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이 각종 비위와 부정행위에 휘말린 것으로 드러나 엄격한 감시 체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동모금회 내부감사와 보건복지부, 감사원 감사 결과 직원이 업무추진비를 유용하거나 장부를 조작한 사실 등이 상당수 드러났다.
소중한 국민 성금을 다루는 공동모금회의 특성상 다른 기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됨에도 실상은 독점적 지위를 누린 탓에 방만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공동모금회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복수의 모금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붉은색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공동모금회는 관 주도의 이웃돕기 성금 모금에서 벗어나 지역기반의 민간 주도 공동모금제도를 정착시키고자 사회복지공동모금법 제정에 따라 지난 1998년 설립됐다.
유일한 법정 전문모금기관으로서 소득공제를 받는 기부금의 한도(법인은 이익의 50%, 개인은 소득의 100%)가 아름다운재단 등 다른 모금재단(법인 5%, 개인 20%)보다 5~10배나 많다.
이런 혜택 덕분에 연간 모금액이 지난해 3천319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도 갈수록 커졌다.
그러나 모금액이 늘어날수록 직원들의 각종 비위 행위도 늘어나 온정을 모아준 기부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분실…허위보고…조작 = 우선 허술한 성금 관리와 미흡한 내부 감시 체계가 그대로 노출된다.
공동모금회 인천지회 A팀장은 2007년 11월 인천시 공무원한테서 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 30매를 성금으로 받았으나 이 상품권은 경위가 미심쩍게 행방불명됐다.
하지만 지회는 분실ㆍ도난 신고나 인사위원회 개최 등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 사이 A팀장은 1만원권 30매를 구매해 인수증을 변조하는 등 10만원권 상품권 30매를 배분한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 A팀장은 내부 감사에 적발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27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다시 사서 배분을 완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금회가 국회 보건복지위 이애주(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지회는 또 2006년 제작한 '사랑의 온도탑'을 해마다 다시 쓰면서도 2007∼2009년 매년 1천만원 안팎의 제작비를 들인 것처럼 해 공금 유용 의혹을 부풀렸다.
경기지회도 간부의 공금 유용은 물론 경비 부당집행, 부실한 구매관리 등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 2006년부터 올해 4월까지 5차례 실내건축공사를 시행하면서 구매 실무책임자의 친척이 운영하는 부실 업체와 계약했고 그 과정에서 계약보증금과 하자보수보증금을 징수하지 않는 등 구매관련 법령도 위반했다.
모금회는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모금 행사를 개최했다가 귀중한 예산만 낭비해 보건복지부의 경고 조치를 받은 적도 있다.
2007년 정기종합 감사자료를 보면 모금회는 2005년 4월 결식아동 후원금 마련을 위한 자선 골프대회를 열면서 골프장 사용료, 행사진행비 등의 경비로 4천700만원을 썼으나 모금액이 더 적어 880여만원의 적자를 냈다.
또 사전 심사 소홀 등으로 2004∼2006년 각종 배분 사업이 중단돼 결과적으로 사업비를 낭비한 사례도 11건이나 적발됐다.
모금회는 2007년 복지부 감사에서 23차례 행정ㆍ신분상 개선과 주의, 경고 등의 조치를 받았고 2009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지회 지도ㆍ감독, 지원금 부당 추천ㆍ편취, 배분 부적정 등으로 13차례 지적을 받았다.
◇"투명성 높이고 복수 모금기관 있어야" = 공동모금회의 부실 운영 사례를 보면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려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잇따르고 있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금단체 비위는 투명성의 문제"라며 "운영비 사용내용 등을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애주 의원도 "공동모금회는 전체 수입의 90% 이상이 모금이고 그 밖의 수입도 복권수입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수입 등 전적으로 국민의 정성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모금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모금시장 활성화와 나눔문화 확산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복수의 전문모금기관을 정부가 지정해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모금회의 부실 운영은 모금 시스템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이라며 "모금사업을 복수의 전문모금기관이 수행하도록 해 국민의 기부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금단체 '아이들과 미래'의 박두준 사무총장도 "이익금의 5% 이상을 기부하는 기업이 드문 현실에서 공동모금회가 실질적으로 더 많은 세제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법정 모금기관으로서 권위와 신뢰성을 부여받고 있다는 면에서 다른 모금단체에도 비슷한 지위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독점 운영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 모금기관을 복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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