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대기
월출산 (月出山)
바코바
2018. 8. 10. 15:18
간밤에 마신 술이 아직도 이마에 얼얼
안개사이로 어지럽게 오락가락
햇발 받아 희끗거리는 암봉(岩峰)들 올려다보며
썬크림 바르고 쫄쫄이 반바지에 민소매 셔츠
머리엔 빨간 람보 머리띠.
앞서 간 일행들을 따라 잡으러
내처 오르는 산죽(山竹), 맹감나무 사잇길
바람 폭포가는 철다리를 오른쪽으로 버리고
천황사 목탁소리 돌담을 따라 돈다.
구름다리 아래 운무(雲霧)는
부끄러운 세상을 조금은 가려주고
파인더 속 얼굴들은 하나같이 웃는데
장난 끼로 흔들어대는 출렁임에
싫지 않은 비명소리
철계단을 오르내려
바람길 시원한 통천문(通天門)
천황봉을 둘러 싼 사방 골짜기를
물감 번지듯 수놓은
왕 벚꽃, 개살구 꽃, 진달래 꽃
짙푸른 사자저수지 물을
빨대로 마셨으면
번갈아 눌러대는
셔터 소리 자지러진다
방울토마토, 오이 한 입에 갈증을 달래고
내려가는 길 옆 여전히 당당한 좆 바우
금릉계곡 시린 물 엎드려 마시고
핏빛 동백에 산죽 꺾어 빠는 꿀
다리 밑 소리 죽인 몰래 목물이 시원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