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식으로 곳곳 파헤쳐 '교통지옥'
"차선 늘려야할 판에 거꾸로 가는 행정" 지적
(인천=연합뉴스) 김명균 기자 = "차량은 날로 늘어 차선을 넓혀야 하는 데 오히려 차선을 줄이는 거꾸로 가는 행정을 하고 있어
답답합니다"인천 H운수 소속의 택시기사 김모(57)씨는 최근 인천시내 주요 도로 곳곳을 파헤쳐 진행 중인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위한 공사에 화가 잔뜩 나 있다.
택시요금이 올라 가뜩이나 수입이 줄어든 터에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공사로 도심구간의 지.정체가 심각해지면서 택시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 사납금 채우기가 버거워 애를 태우고 있다.
밤낮 구분없이 시내 도로 여러 곳에서 최근 갑자기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도로굴착 공사는 도심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야기, 차량 운전자는 물론, 통행 시민들 조차 보행방해와 소음으로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상반기까지 착공조차 하지 않았던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공사가 오는 8월 7일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앞두고 최근 도심에서 거의
동시에 진행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선학지하차도∼문학경기장을 연결하는 왕복 8차로인 '경원로'는 연수구에서 문학경기장 방면
4차로 중 도로변 1차로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바꾸는 공사로 인해 출퇴근 시간대 엔 극심한 체증을 빚고 있다.
특히 인천시청과 신세계백화점, 길병원 방면을 잇는 이 도로의 3∼4차로는 1개 차로가 자전거 도로로 변경되면서 차량들이
뒤엉켜 1∼2차로까지 막히는 바람에 주차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 길병원 사거리∼동양장 4거리를 연결하는 왕복 8차로의 '인주로'의 일부 구간 역시 도로변 1차로에 자전거 도로
설치공사로 버스전용차로 조차 없어졌다.
이 때문에 평상시 차량 정체는 물론 시민들이 시내버스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시민 정모씨는 인천시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의 불편은 생각치 않고 기존의 차선을 없애고, 화단까지 설치하며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는 바람에 차량 지.정체로 화가 치민다"며 설치 후의 이용률과 자전거도로 유지문제, 예산 낭비를 지적했다.
시가 올해 조성키로 한 자전거 전용도로는 총 150㎞로 기존의 차도를 좁혀 차도와 보도 사이에 폭 2m로 설치,
차도와는 폭 1m의 화단으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 1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데다 오토바이와 조깅을 위한 도로로도 이용이 가능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지만, 시는 자전거 도로 설치에만 급급할 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제도는 물론, 사고시 보험, 안전규정 조차 전혀
마련치 못하고 있다.
또 매년 교통량 증가에 따라 도로의 폭을 넓혀야 할 실정이지만, 자전거 전용도로 완공 후에는 기존 차선 마저 줄어 운전자들의
불편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구모(65)씨는 27일 "구월동 신세계백화점 인근 도로는 평소에도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차선이 더욱 좁아지면 차량은
어떻게 다녀야 하느냐"며 "지금이라도 자전거도로 조성공사를 중단하고 교통대책을 세운 뒤 공청회 등을 거쳐 다시 추진할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 옳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남동경영자협의회는 남동공단내 자전거 도로 설치로 인한 주차공간 축소와 컨테이너 이동이 어려워졌다며 인천시에
사업취소 또는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보낼 예정이다.
32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8월까지 3곳에 자전거 전용도로(7㎞) 사업이 진행 중인 남동공단 내의 입주업체들은 공단지역의
특성이나 사전 수요조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시의 행정에 반발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할 수 있는 직원 수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전거도로의 이용률이 인천시의
기대에 부응할 지 의문"이라며 "왕복 6차선 도로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게 되면 화물차량과 출퇴근 차량이 뒤엉켜 도로가
제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전거를 이용, 15년동안 출퇴근하고 있다는 박길상 '인천연대' 감사는 "안전을 위한 법과 제도의 마련, 시민들에 대한 안전교육과
현행 보험제도 정비 등이 뒤따르지 않은 채 진행중인 자전거도로 조성엔 반대한다"며 "인천시가 사전준비작업이 없이 자전거도로
건설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와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쾌적하고 안전한 자전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사업인 만큼 시민들의 이해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km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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