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잎의 해골

바코바 2017. 3. 29. 00:27







꽃 보다 잎


겨우내 봄을 기다리다 따뜻한 봄기운에 피어 여름 내내 햇볕으로 양분을 만들고 내년을 기약하며 떨어져 겨울 동안 얼었다 

녹기를 몇 번이나 했던가, 맑은 계곡물에 살은 다 발려 나가고 아름다운 잎 뼈만 남았다. 


뿌리가 있어 물이랑 미네랄을 빨아올리고 잎이 있어 햇빛으로 양분을 만들어 줄기를 통해 서로 공유하고 소통 시킨다. 

뿌리와 잎과 줄기가 없으면 꽃도 열매도 없음인데, 뿌리랑 잎이랑 줄기가 하는 일들은 보지 못하고 꽃과 열매만 봐 왔던 

내 눈이 오늘 이놈을 만나 호사를 누린다. 역광에 찬란이 빛나는 신라시대 금관에 붙인 황금 장식품 같다.


수많은 국민들의 노동은 나라경제의 뿌리이고 뿌리 다음으로 많은 가정과 가족은 잎 이고 이를 서로 이어주는 것이 줄기인데, 

뿌리와 잎과 줄기 덕분에 생긴 몇 안 되는 꽃과 열매들은 저 혼자 피어 저 혼자 열매를 맺은 양, 분수를 모르고 주제를 모르고 

까불며 날뛴다. 꽃은 향기를 내지 않고 눈에 보이는 이쁜 색깔만 내고 열매는 씨를 맺어 번식할 생각은 않고 크기만 키운다.


그래 봤자 겨울이 되면 땅속에는 뿌리와 땅위에는 잎 그리고 중간에 줄기만 남는 것을, 뿌리와 잎과 줄기가 없으면 꽃도 열매도 없음인데, 먼 훗날을 위한다면 꽃과 열매의 할 일을 잘 해야 하는데, 눈에 확 띄는 꽃과 열매만 보고 찾았던 내 시선 부터  각도를 좀 달리 해야겠다. 


 - 17년 3월 4일 석모도 수목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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