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2001년 9월 15일
인천 가는 버스를 타고 출발 시간을 기다리는데
건너편 버스에서 아기를 업고 또 한 아이는 손을 잡은
아주머니가 내린다. 애기를 업어서 그렇지 아줌만지 아가씬지
엄마 손을 잡은 계집아이가 버스를 올려다보며 서럽게 운다.
엄마는 싱글 벙글 웃기만하고...애기 좀 달래지...
버스 안에서는 젊은 할머니가 연신 손을 흔들어 댄다.
아들내 집에 오셨다가 떠나시는데 어린 손녀딸이 그 동안 정이 들어
떨어지기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엄마 손을 잡고 앙! 앙! 울어대는 아이
싱글 거리며 내려다보고만 있는 엄마
안타까이 손만 흔들어 대시는 할머니
할머니...
형제가 많은 탓에 엄마 대신
“워메! 우리 갱아지 새끼!”하시며 안아 주시고 업어 주시고
찬 것은 덥혀서 딱딱한 것은 무르게 해서 먹여 주시던 할머니
거칠거칠한 손으로 시원하게 등 긁어 주시던 할머니
머리 덩이 커지고 뭐 좀 안다고
무시하고 야박하게 대했던 할머니
"노인은 나이가 먹을수록 미운 짓만 하고
애기는 나이 먹을수록 이쁜 짓만 한단다"
하시며 쓸쓸히 웃으시던 할머니...
그 날 그 시간...
앙! 앙! 울어대는 꼬마 계집애가 한없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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