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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군소대장 시절(90년대) 훈련이 없는 여름시즌에는 주로 군현대화 작업의 일환으로, 공병소대 소대원들을 이끌고 군 공사 현장에서 민간업자들의 공사에 병력을 지원하기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작업감독관으로서 공사일정 등을 감독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한 특공부대에 파견을 나가서 마지막으로 전기공사업자를 만나 공사가 거의 만료되었음을 확인하고 이런 저런 마무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사가 다 끝나가고 곧 준공검사를 앞두고 있는데 공사업자가 잠시 보자고 해서 만났습니다.
다짜고짜 돈뭉치를 내밀면서 준공검사하는 볼펜값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만원짜리가 큰 한 뭉치였으니 그 당시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는데...절대사양을 하면서 볼펜값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하는 데 볼펜을 쓰게 되니 이것에 대한 사례랍니다.
자부심과 명예심을 가지고 생활하던 푸른제복에 부끄럽지 않게 끝까지 사양을 했더니 손에다 덥석 쥐어주고 도망가듯 달려가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 지더군요.
달려 쫓아가 돈뭉치를 돌려주면서 절대 이런 돈은 받을 수 없다 모든 것은 규정대로 진행될 것이라 말하고 저 또한 도망가듯, 안절부절하는 거의 아버지벌되는 공사업자를 뒤로한채 부대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 느낀것은 공사를 아주 잘 끝내고 마무리를 했는데도 거의 습관적으로 그리고 관행적으로 돈뭉치를 건네는 업자를 보니 정말 씁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고 관행이 되었으면, 푸른 제복을 입고있는 아들벌 되는 군감독관에게 돈뭉치를 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긴 모시청에 공사관련 Permit서류를 받기위해 방문했을때에 새파랗게 젊은 부서의 시청의 말단직원이, 아버지뻘되는 공사업자의 쩔쩔매는 그 행동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가관을 본 것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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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공무원들의 자부심은 사실 대단합니다.(특별히 요란하지도 들어내지도 않지만)
먼저 본인들이 공공을 위해 일하고 봉사한다는 (Serving the Public) 정신이 깊이 박혀있고, 많은 복지혜택을 받는 만큼 소위 "밥값"을 한다는 정신(!)이 깊이 박혀 있음을 종종 느낍니다.
미국의 공무원이 되기전 일반 Private Consulting Company에서 프로젝트관련해서 카운티의 Public works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다음날 아침 도움을 청한 프로젝트 현장을 출근하면서 지나가게 되었는데 어제 통화한 사람이 자기 부서사람들을 데리고 나와서 열심히 아침부터 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몇시간 후 두가지 사항을 부탁한 일에 대해 그 두가지 일을 넘어 그 일과 관련된 거의 모든 상황과 Solutions 또 현장에서 예상 못했던 일에대한 Backup과 일의 진도상황 등을 관련자료와 함께 이메일로 전해주더군요.
소위 말하는 "갑"과 "을"의 상황이 바뀐것은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어디에도 "갑"의 태도는 없고 자기의 일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완벽한 결과를 보고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It's my job!" ...거듭 고맙다는 감탄의 말에 대한 답변은 이 짧은 말 뿐이었습니다.
이것은 비록 자그마한 예에 불과 하지만 현재 공무원으로 주위 동료 공무원들을 보면 정말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하는 것을 봅니다. 물론 메너리즘에 빠진 사람들이 없진 않겠지만 대부분은 "밥값"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무엇이 공공을 위하는 것인지에 대한 "개념"이 정확히(!) 잡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국도 부정부패가 많이 없어졌고 또 신고문화가 많이 자리잡았다고 하지만 아직도 관행이라는 그 이름하에 얼마나 많은 부조리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신문을 통해서도 아주 쉽게 접해지고 이에대해 시민들도 그냥 또 그러려니 하는 문화(?)가 잡혀 있음을 보게 됩니다.
물론 한국에도 뛰어나고 훌륭한 공무원들과 리더들이 있지만 그 비율을 본다면 미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은 확실히 느낍니다.
특히 리더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50이 넘은 잔뼈가 굵은 고위공무원들도 직급이 낮은 사람들과 똑같이 열심히 뛰고 작은 문제까지도 Involve해서 체크하고 같이 고민하고 확실한 방향을 줍니다.
주로 정치적인 일이나 외부로 돌아다니는 한국의 관행과는 정 반대로, 나이가 든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한마디로 "도사" (Professional)가 되어 있음을 봅니다.
두서없는 글이고 또 어떻게 보면 너무 좁은 시야로 비교를 한 것 같기도 하지만 "It's my Job!" 그리고 "I'm serving the Public!"의 정신이 요란하지 않게, 확실히 정립이 되어있는 미국공무원 사회는 보면 볼 수록 부러움과 함께 이런 의문이 들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효율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이 지역의 차이 혹은 직급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확실하게 뚜렷하게 서 있냐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 넓은 땅에 이 많은 사람들이 학력과 지역적 차이 문화적 차이를 넘어 이러한 "정신"이 효율적으로 살아있고 또 효율적으로 세세히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른 놀라움과 감탄이 매일 매일 잔잔히 느껴집니다.
매일 매일 조금씩 많은(?) 것을 배워나감에 지칠 줄을 모르겠습니다....부러움과 함께...